15일 시각장애인의 날, 코로나19 속 고통 호소…복지관 줄줄이 휴관
승강기 점자 표시 항균필름이 가려…전자출입명부 작성 고역, 안마업 매출 급감
(남해=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좁은 활동 반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더 좁아졌습니다"
15일은 흰지팡이의 날(시각장애인의 날)이다.
시각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자립을 의미하는 흰지팡이가 방향을 잡기 어렵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각장애인의 활동 반경은 더 좁아졌다.
승강기 내 층별 점자 표시는 두꺼운 항균 필름이 가차 없이 가렸다.
혼자 낯선 곳에서 승강기를 탈 때면 엉뚱한 층에서 내리기 일쑤다.
전자출입명부(QR코드) 등록 역시 고역이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조사 결과 생성된 QR코드를 유효시간인 15초 이내에 단말기에 정확히 인식시키는 일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QR코드뿐만 아니라 수기로 출입명부를 작성하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집을 나선 순간부터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많아졌다.
경남 남해에 사는 시각장애인 장홍이(48) 씨는 "어디를 가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로 장애인 복지관이 줄줄이 휴관하면서 사회적 고립은 심화했다.
복지관에서 낮을 보내던 장애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장씨는 "가족이 없는 한 장애인은 복지관 휴관이 장기화하자 요양병원에 들어갔다"며 "단절이 가장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타격도 크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주요 직업군인 안마업 매출은 70% 이상 감소했다.
장씨가 운영하는 안마원 역시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해 매출이 3분의 1 이상 급감했다.
장씨는 "안마는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직원과 고객 모두 감염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등이 있지만 장애인에게 필요한 세밀한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남지부는 "시각장애인이 혼자 지팡이를 짚고 외출을 하기에는 아직 사회 곳곳에 제약이 많다"며 "코로나19 상황에 적절한 장애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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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10/15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