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반으로 치달으며 수분까지 머금은 오늘 날씨는 후덥지근하기만 합니다.
점심 식사 후 우리복지관 이용자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2층 로비에 저도 살풋 끼어 앉아 보았습니다.
사무실 안이 더 후덥지근하여 바람이라도 쐬일 요량이었는데 테이블에 앉자마자 전병길 선생님께서
"사무실에 월간 시사문단 책 한권 갖다 놓았는데...'"라고 하시므로
냉큼 달려가보았더니 월간 시사문단 5월호가 2권 놓여 있었습니다.
시사문단은 우리나라에서 신인작가 발굴, 문학평론 등 꽤 영향력 있는 문단지로 알고 있습니다.
책 표지를 살펴보니 신인상당선시 부분에 "전병길" 선생님의 함자가 인쇄되어 있었고,
목차에는 p125에 3편의 당선작이 실려 있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 시를 가만히 읽고 있으니 전병길 선생님께서는 약간 수줍어 하시면서 자리를 비켜 주셨습니다.
당선작 3편을 서너번 다시 읽고서
"선생님,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저희 복지관 홈페이지에 좀 올려도 되겠습니까?"
"아직 아무도 몰라. 그래도 되지 뭐."
라고 겸손해 하셨습니다.
우리복지관 이용자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점잖으시고 인정 많으신데 특히 탁구장, 기타교실에 참여하시면서 늘 솔선수범하시고 직원들과 소통해 주시는 전병길 선생님의 특별한 면모를 우리복지관 홈페이지를 통해 자랑하고 싶습니다.
당선작 3편 중 우선 1편을 소개드립니다. 후덥지근하고 나른한 금요일 오후 시 한편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손풍금을 담고 있는 이야기
시인 전병길
1학년 1반 운동장에 한 작은 소나무 기억이 있다
선생님의 아코디언이라 불리는 손풍금의 이야기와
어머니가 주시던 뜨거운 밥이 아지랑이처럼,
아이들은 먹는 둥 마는 둥 발맞추어 행진의 기억이 아직 배어 있다
그 시절엔 선생님의 호각소리와 어머니의 맛난 밥상이
푸른 아이의 소중한 기억이 영롱하게 남아
어느 과거의 진한 푸른색으로 점철되어 있는 그 작은 나무는
지금은 커다란 소나무로 자라 나의 키에 열 배가 되어 자라나 있다
그 시절
책 보따리를 둘러메고 서로들 손잡고
그립던 친구들과 학교 가는 길
어머님이 주신 밥상 꽁보리밥 맛나기만 하던 그 시절
지금은 사라져 버린 아코디언, 손풍금마저 고소한 이야기가 되어
나의 시작점이 계속 출발점의 기억으로 맴도는구나.